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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플> 책 소개, 마음이 가는 인물, 생각들

haffy 2023. 3. 3. 23:31

50명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다정하게 담은 책이 있습니다. 마냥 장밋빛 낙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망으로 젖어있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저와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피프티피플>의 책 소개, 마음이 가는 인물, 그리고 읽고 난 뒤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책 소개

<피프티피플>의 이야기에선 재즈가 꽤 많이 흘러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피프티피플은 재즈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얽매이지 않은 선율과 리듬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재즈를 연주하는 것처럼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춤을 추는 얼굴들이 몽글몽글 떠다닙니다. 어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지요. 작가의 시선은 어찌나 또 그렇게 다정한지요. '지금 저기 저 사람도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춤을 추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니 괜스리 매일 보는 사람도 애달파지고 평소와 다를게 없는 일상에도 관대해지는 하루입니다. <피프티피플>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으로 5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병원 안팎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은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닿아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인물

<피프티피플>의 얼굴들 중 유난히 마음이 가는 몇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배윤나입니다. 승조의 말을 빌리자면 윤나는 가만두면 나뭇가지에 눈을 찔리고 맨홀에 빠져버릴 것 같은 사람입니다. 김치가 수채화 맛이 난다는 감수성이 풍부한 윤나는 맨홀에 빠져서 울고 있을 것만 같지만 불공평하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람을 눈돌리지 않을 사람을 찾고, 가르치고, 메세지를 전하고, 수신의 빛을 발견합니다.(135p)윤나가 빠진 맨홀처럼 안전하지 않은 구덩이들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 구덩이들은 단단해야 할 바닥을 흔들고 모래가 발밑으로 흐르게 하며 피프티피플의 삶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10년쯤 된 층간소음 아파트라던지, 천장이 떨어지는 채원이네 병원이라던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규익의 누나도 그러하고, 해바라기 센터 뒤쪽 형편없는 다세대주택구역이 그러합니다.

생각들

<피프티피플> 속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들을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슬픕니다. 현재는 이호에게 물어봅니다. 삶 속에서 지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이냐구요. 이호는 그 물음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라고 답합니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마치 릴레이처럼 말입니다.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반대 방향으로 돌을 던지는 끔찍한 사람을 만나도, 계속해서 돌을 던지다보면 그 떨어진 지점부터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다시 돌을 던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출발선으로부터 멀리 나아가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래요. 이호의 말이 맞습니다. 수경은 시멘트 궁륭에서 포크댄스를 추고, 조휴일은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운다는데요. 냉소와 무관심같은 쉬운 선택말고 열정과 다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지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당신과 나의 세대는 마지막이 아니고 우리는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니까. 돌을 던질테니까. 변하지 않을 사람을 찾을 거니까. 기다려 줄 사람을 찾을 거니까.